병이 도졌다. 방안에서 굴러다니던 카메라를 한 아름 쓸어 챙기고 그곳으로 간다. 해마다 여름이면 파란하늘과 드넓은 초원을 못 잊어 다시 찾기 시작한지 다섯 해가 된 것 같다.
손에 닿을 듯한 하늘 그 땅에 유유히 흐르는 강물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의 흐름 잡념이 떠오르지 않는다. 단지 바람이 귓속을 속삭일 뿐
저 멀리 휘용 돌이 치던 하늘이 먹구름과 같이 덮쳐온다.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지더니 하늘에 무지개가 펼쳐진다. 몽골어로 솔롱고스는 무지개다. 한국인을 부를 때도 솔롱고스라고 한다. 무지개 나라에서 왔다고 해서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몽골인 들이 유독 한국인을 좋아한다.
하늘은 우리 내와 사뭇 다르다. 질리도록 파랗고 구름은 달콤한 솜사탕처럼 하얗다. 초원을 쏜살같이 달리는 목동의 날렵함이 카메라 속으로 빨려 든다.
끝없이 펼쳐진 녹색 초원 그 위에 뿌려놓은 듯 한 하얀 양과 말 눈이 맑아지고 가슴이 시원하다. 끝없는 초원을 보니 800년 전 징키즈칸이 유라시아를 평정할 때 수만 군사의 우렁찬 함성이 초원을 맴돌아 메아리쳐 들리는 듯하다.
몽골의 국토면적은 남한면적의 16배 한반도 면적의 7배 세계10대 천연자원을 보유한 자원 부국 뇌리에 잡념으로 스친다! 우리 땅이었으면 일단 부럽다.
언덕 넘어 또 언덕 초원에서 이동은 지루 할 정도로 반복의 연속이다. 가끔씩 만나는 유목민은 서로 반갑게 인사한다. 사임 베이노? 한국말로 안녕하십니까?
한국사람이 정이 많다고 했던 가? 몽골인 또한 정이 많은 것 같다. 여행자들이 방문하면 반갑게 게르(유목하기 좋게 이동이 자유로 집)에 초대 우유와 음식을 대접하며 서로 정을 나눈다. 초원에서 이들의 삶은 양, 말, 낙타를 키우며 계절이 바뀌면 풀과 물을 찾아 유랑과 정착을 반복한다. 큰 근심걱정 없는 행복의 연속인 것 같다.
몽골 여름은 하루해가 길다 하절기인 6월~8월은 오후 10시까지 해가 있다 9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는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찬 공기와 영하40도 추위와 싸워야 한다. 유독 긴 겨울 추위 때문인지 시골 아이들 얼굴은 한여름에도 볼이 빨갛다.
아이들이 모여 든다. 천진스럽고 귀엽다. 도시적 세련됨이 없는 소박함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초원의 하루가 붉은 노을과 함께 진다. 대지에 누워 밤하늘을 보니 수많은 별이 눈 속으로 쏟아진
피곤함이 눈을 누를 때 바람이 속삭인다. 초원의 아름다움을……
|